최근에 출시된 고프로 히어로 13 블랙에서는 HLG HDR 비디오 프로필이 탑재됐다. 다른 기능들은 이름만 봐도 대충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인데, 이 기능은 기술에 대해서 조금 알지 못한다면 직관적으로 어떤 것인지 알기 어렵다.
따라서 여기서는 고프로 13에 이번에 탑재된 HLG HDR 기능이 어떤 것인지, 기존의 고프로 모델에 있었던 HDR과는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도록 하자.
고프로 액션캠 HDR은 페이크?
기존 고프로 모델에는 HDR 기능이 들어가 있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 기능은, 어두운 부분은 밝게 만들고, 너무 밝은 부분은 약간 어둡게 만들어서, 전체적으로 다 잘 보이도록 만드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를 만져본 사람들이라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인데, 이것은 사진 촬영에서 사용되는 HDR 기법과 동일한 내용이다. 이렇게 DR 다이나믹 레인지를 넓혀서, 전체적으로 이미지의 디테일을 살리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사진 촬영에서 사용되는 HDR 기법과, 영상에서 표준으로 정해진 HDR은 기본 개념은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기술 구현에서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다. 현재 영상 표준으로 나온 HDR은, 사진 촬영 기술과는 다르게, 색상 표현 범위와 밝기, 대비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기존의 HD 화질에서 업그레이드 한 포맷이다.
즉, 영상 포맷에서 HDR은 기존의 영상 포맷에서 전체적으로 화질을 좋게 만들어서, 더욱 현실과 비슷한 선명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단순히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의 디테일을 살린다는 것을 넘어서는, 전체적인 영상 화질 개선이다.
따라서 기존의 고프로 액션캠에 들어가 있었던 HDR은, 사진 촬영에서 사용되던 기법을 넣어서 영상에 적용한 것으로, 일종의 편법이라 할 수 있다. 영상 포맷에 엄격한 잣대를 가지는 사람들은 이것이 페이크 HDR이라고 비판하기도 할 정도이다.
다시 말해서, 기존 고프로에서 사용된 HDR 영상 촬영은, HDR 영상 포맷과는 전혀 다른, 화질 개선을 위해서 자체적으로 만든 이미지 개선 기법에 HDR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사진에서 사용되는 HDR과 비슷한 방식이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들에게도 별 무리 없이 받아 들여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사진에서 HDR은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점은, 사진에서 HDR과 영상에서 HDR은 실제 구현 측면에서 완전히 다른 것이라는 사실이다.
HDR 영상 포맷
현재 영상 분야에서 HDR 포맷은 다양한 것들이 나와 있다. HDR10, HDR10+, 돌비 비전 등이다. 그런 HDR 포맷 중 하나에 HLG HDR이 있다. 각 진영별로 각자의 이해 상황에 맞게 표준을 만들어 발표한 셈인데, 서로 경쟁을 하고 있으면서도 보완을 하며 계속해서 업데이트를 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HDR 영상 포맷은 아직 미래를 위해서 준비를 해가고 있는 중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아직 HDR 영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대중적으로 널리 보급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HDR 영상 포맷들의 특징들은, 제대로 된 HDR 화질을 보려면 HDR 영상을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HD 화질 영상을 보기 위해서 HD 영상을 볼 수 있는 화면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게 생각하면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하겠지만, 사진에서 사용하는 HDR 기법을 생각해보자. 이것은 단순히 명부와 암부의 디테일을 끌어올려 다이나믹 레인지를 넓힌 것이므로, 기존 화면에서도 개선된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보인다. 즉, HDR 사진을 보기 위해서 HDR 디스플레이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HDR 포맷의 영상은, 색 영역이 더욱 넓어지고, 밝기 범위와 대비의 폭도 넓어졌다. 따라서 이렇게 제작된 영상을 제대로 보려면 HDR 영상을 볼 수 있는 화면이 필요하다. 기존 디스플레이에서 이런 영상을 본다면, 오히려 저화질로 제작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10비트 컬러로 촬영한 영상을 8비트 컬러만 보여줄 수 있는 화면에서 돌려볼 때, 영상이 흐릿하고 색상이 까맣게 나오는 경우를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므로 기존에 고프로에서 제공했던 HDR 촬영은 제대로 된 HDR 영상 포맷이 아닌 것이다. 그냥 일반 영상에 명부와 암부의 디테일을 끌어 올려서 화질을 조금 더 좋게 만든 기법이라 할 수 있다.
고프로 13의 HLG HDR 영상 포맷
최신 기종인 고프로 13 액션캠에 들어간 HLG HDR은 이제 정상적인 HDR 영상 표준 포맷 중 하나이다. HLG HDR은 BBC와 NHK에서 만든 것으로, LG에서 홍보 지원을 받은 영상 표준 포맷이다. 이 영상 포맷 자체에 대해서 더욱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래 글을 참고하자.
단순하게 HLG HDR 영상 포맷의 특징을 말하자면,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생방송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감마 함수에 로그를 씌워서 그런 특징을 얻을 수 있었는데, 자세한 것은 위 글을 읽어보자.
레거시를 지원해서 기존 화면에서도 영상을 볼 수는 있지만, 그럴 때는 개선된 화질을 볼 수는 없다. 이 경우도 HDR 화질로 영상을 보려면 HDR을 지원하는 디스플레이로 봐야 한다. 그래도 다른 HDR 포맷은 기존 HD 디스플레이로 보면 영상 화질이 나빠진 것처럼 보이는 것과는 달리, 이것은 최소한 기존 화질을 유지해준다.
무엇보다도 HLG HDR 포맷은 라이선스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무료 포맷이다. 따라서 고프로 입장에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무료로 구현해서 기기에 넣을 수 있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포석으로 준비해둔다는 생각으로 넣어둘 수 있었던 것이다.
정리
사실 센서 크기도 작은 액션캠에서 HDR 포맷을 지금 넣는다는 것은 좀 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 HDR 디스플레이가 대중적으로 보급되지도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 기능을 사용해서 영상을 촬영하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일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기존에 있던 고프로의 HDR 모드만 사용해도 충분히 좋은 영상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다. 비록 그것이 표준 HDR 포맷이 아니라 할지라도, 어쨌든 지금 널리 보급되어 있는 화면에서 좋은 이미지를 표현해주기는 하니까.
아마도 고프로 측은 HLG HDR 비디오 프로필을 미래를 위해서 일단 넣어둔 것으로 보인다. 다음번 새로운 기기가 나오기까지 1년의 시간이 있는데, 그 사이에 기술이 어떻게 급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기술을 조금이라도 빨리 탑재해 놓으면 빠른 대응을 할 수 있으니까.
따라서 아주 고화질의 전문 영상을 촬영하지 않는, 일반적인 액션캠 유저라면 당장 HLG HDR 모드에 대해서 별다른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어차피 이걸로 촬영해봐야 제대로 편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마땅치 않고, 이 파일 포맷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도 보편적이지 않으니까. 다만, 고프로가 영상 화질 쪽으로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넘어가면 될 듯 하다.